대한적십자사가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정한 원칙은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이다. 신청자 7만5900명 가운데 100명을 선정한다는 것은 여간 지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적십자당국은 5일 이 원칙에 따라 1차 대상자 400명을 컴퓨터추첨을 통해 선발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적십자요원이 개별 가정방문을 해 투병 중이거나 거동에 불편이 없는지, 법적으로 북한방문에 문제가 없는지, 북한을 방문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 200명을 다시 선발해 북한에 통보하고 북한으로부터 결과가 나오면 거기서 최종 대상자 100명을 선정한다고 한다.

한적(한적)의 이같은 선정과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경쟁률이 760대1에 달할 정도로 신청자가 많은 실정에서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컴퓨터추첨이 최선의 방법이며 이 때문에 당초 5% 정도를 정책적으로 선발키로 했던 방침도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책적 고려를 배제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 이산가족 교환방문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절실성(절실성)이다. 가령 이번에 논란이 되었던 육체적 거동에는 문제가 없으나 지병 등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실향민을 공정성의 기준에 따라 추첨에 떨어졌다고 제외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이번으로 끝날지 아니면 계속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번에 가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추첨에 관계없이 오히려 우선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 물론 이런 사람에게 우선권을 준다고 할 때 공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교환방문에서만은 이번 아니면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일정부분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북한은 당국의 비위에 맞는 사람만 선발해 보낼 것이 뻔한데 우리는 기계적으로 선발해 보내는 것이 과연 괜찮은지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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