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악수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13일 오전 평양 근교 순안공항. 전용기 트랩을 내려서는 김대중 한국 대통령을 맞은 사람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최고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굳게 악수를 교환한 두 사람의 모습은 세계를 향해 생중계됐다. 분단 이래 55년 만에 실현된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첫 출발은 기대 이상으로 순조로웠다.

“긴 세월을 멀리 돌아 겨우 여기까지 왔습니다. ” 김 대통령의 감개는 한국민 공통의 생각일 것이다. 우리는 이 역사적인 대면을 마음으로부터 축복하고, 평양에서의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흔들리지 않는 토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다.

정확히 50년전 6월, 같은 민족끼리 싸웠던 한국전쟁이 시작됐다. 양 국민만도 약 126만명이 사망했고, 약 1000만명이라고 하는 이산가족이 생겨났다. 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등의 진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후에도 불신과 대립의 역사가 되풀이된 뒤 양 정상에 의한 직접대화가 실현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실현은 김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포용정책의 성과다. 회담을 받아들인 김 위원장의 결단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양 정상에 의한 직접대화는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기본축이다. 세계로부터 신뢰받는 양국 관계를 만들기 위해 두 정상은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면 한다.

20세기가 끝난 지금, 평양에서의 정상회담은 한국 분단사의 전환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 그러나 회담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다. 김 대통령도 서울 출발에 앞서 “모든 문제를 이번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담 첫날을 마친 양 정상에게 요망하고 싶다. 우선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명확한 메시지를 평양으로부터 세계에 발신했으면 한다.

남북한의 평화정착을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북한은 앞으로 동아시아 주변국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세계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신비로운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끌어들이는 것은 북조선에 엄청난 마이너스(―)다.

김 대통령에게는 평양방문을 통해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경제적으로 심각한 곤궁(곤궁)을 겪고 있는 북한을, 세계를 향해 개방시키는 작업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정치인에게 어울리는 일이다.

일·북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일본측의 열의와, 핵·미사일 개발이나 일본인 납치 등에 대한 우려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으면 한다. 북조선 주도의 회담이 되는 것을 한국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양 정상은 공항에서부터 함께 차에 올라 평양 시내 영빈관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은) 가까우니까 왔다갔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기대한다. 이는 상호주의의 원칙이기도 하다. ‘일과성(일과성) 정치 쇼’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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