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4시 15분께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앞바다로 목선을 타고 귀순한 북한주민 3명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연합

북한 주민 일가족 3명이 작은 목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 동해안으로 6일 귀순했다.

6일 새벽 4시15분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항 앞바다 2마일 해상에서 목선(일명 전마선)이 기관 이상으로 표류 중인 것을 조업하던 어성호(4.3t급) 선장 진철수(47)씨 등 우리 어민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해상을 통한 북한 일가족의 탈출은 87년 김만철씨 가족이 처음으로, 지난해 8월에는 순종식(71)씨 등 북한 주민 21명이 서해상으로 귀순하기도 했다.

발견 당시 폭 1.7m, 길이 5m의 목선에는 북한 주민 김정길(46·양봉업·함경남도 리원군 라흥구)씨와 아들 광혁(20·무직)씨, 정길씨의 동생 정훈(40·노동·리원군 라흥구)씨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속초해양경찰에게 즉각 귀순의사를 밝혔으며, 3명 모두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고 말했다고 해경은 밝혔다.

김씨 등은 조사과정에서 지난 2000년 김정일의 생일선물로 꿀 60t을 채취토록 지시받았으나 이행하지 못해 김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 교도소에 강제수용됐고, ‘출신 성분’으로 불이익을 받아오다 지난해 7월 교도소 출소 후 귀순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김정훈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함남 라흥구 선박 초소장 리모(40)씨에게 성게를 잡아서 돈을 만들어주겠다며 전마선을 사흘간 사용하기로 약속한 뒤 지난 2일 오후 6시쯤 배를 얻어 3명이 함께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남쪽으로 항해하다 지난 5일 오후 6시쯤 주문진항을 목격한 뒤 오후10시쯤 등대 주변 전방2마일 지점에서 어민들이 쳐 놓은 유자망 그물에 스크류가 걸려 표류, 정지망 깃발에 선박을 묶은 뒤 밤을 새다가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이들이 타고온 배에는 먹다 남은 두 주먹 크기의 돼지고기와 나무연료, 20ℓ짜리 기름통 2개, 배낭, 소금포대, 기름에 찌든 체육복 바지 등이 있었다고 해경은 밝혔다. /江陵=金昌祐기자·cw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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