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한국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대화 속에서 미·북 간 양자대화를 수용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윤영관(尹永寬) 외교부장관은 이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을 다자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로드맵(road map)을 제시하면서 “미국과의 양자대화만을 고집하는 북한을 다자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미국이 다자대화 속에서 북한과 양자대화를 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30일 말했다.

이에 미국측은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지만 제네바 합의의 약속을 위반한 북한과의 양자구도는 불가능하며 다자대화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또 한국측 로드맵에는 북한이 핵위기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을 경우, 관련국들이 대북지원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미측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메시지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좀더 협의해 보자’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미는 이런 의견 차에도 불구, 북핵 문제는 남북한과 미·일·중·러 등이 참여하는 ‘6자 포럼’ 같은 다자대화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의견 차는 5월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조율을 마치기로 했다.

윤 장관은 30일 도쿄에 도착,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한·일 간 항구적인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도 이르면 상반기 중에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 워싱턴·東京=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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