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29일(미국시각 28일) 파월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로이타 뉴시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29일(한국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 핵문제와 한·미동맹 재조정 문제였다. 양국은 두 사안에 대한 평화적 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세부 이행방안의 의견차는 5월 한·미정상회담 때까지 계속 조율키로 했다.

회담 분위기는 한국정부의 이라크전 공병대대 파병 결정 때문인지 비교적 좋았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반한(反韓)감정이나 노 정부에 대한 의구심도 많이 누그러졌다고 외교부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윤 장관은 회담 후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는 점을 미국측이 확인했고, 다자대화의 틀 속에서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면서 “파월 장관뿐 아니라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부터도 이 점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양국은 그러나 북한을 다자대화의 틀로 유도하기 위한 해법에선 이견을 보였다. 윤 장관에 따르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미국이 좀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그의 요구에 파월은 ‘이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측이, 북한이 핵재처리 시설 가동 등 더이상의 위기를 고조시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북한을 다자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한·미의 조치들을 제시한 데 대해 미측은 “자칫 핵무기 개발이라는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한국의 제안은 높이 평가하지만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유보적 자세를 보였다.

이에 양국은 윤 장관이 지난 1월 인수위의 고위대표단으로 방미했을 때 합의한 ‘북핵문제 집중협의기구’를 곧 제도화하기로 했다. 양국 외무·국방 당국자가 참석하는 2+2 형식이 될 전망이다.

◆ 주한미군 재배치

윤 장관은 이 의제가 나오자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는 점과 이라크전에 공병대대를 파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우리 측은 또 미군 재배치가 지상군 규모를 줄이고 첨단장비와 공군·해군력의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적 차원이라 하더라도, 북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했으며, 미측의 긍정적 답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워싱턴·東京=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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