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길 국방부장관이 21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 이라크전 비전투병 파병문제 등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앞서 국방부 간부로부터 답변내용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鄭良均기자 ykjung@chosun.com

정부는 20일 오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북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안정을 저해하는 어떠한 추가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대북(對北)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논평은 “(북의 추가조치는) 남북관계는 물론, 북한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면서, “북한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이라크 개전일인 이날 대북 논평을 통해 북측에 전달하려 한 ‘속뜻’은 무엇일까.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이라크전을 틈타 폐연료봉에 손을 대 핵무기개발 수순을 밟게 될 경우, 우리로서는 ‘최악(最惡)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면서, “북이 이에 대해 오판하지 않도록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이 만약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에 위협을 느껴, 폐연료봉 재처리에 나서면, 이는 미국의 북에 대한 ‘군사적 제재’의 명분이 될 것이 분명하고, 이라크전 이후 최대 현안으로 대두될 북한 핵문제를 풀어가는 데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이 정부의 이런 경고 메시지를 어떻게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북측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 사실에 대해 과거 걸프전 때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와 같은 원색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북이 이라크전 개전 12시간여 만인 20일 밤 11시35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논평 없이 외신을 인용한 보도만 한 것에 주목한 것.

북은 1991년 걸프전 때는 “미국의 군사적 도발”이라고, 98년 12월 미국의 이라크 폭격 때는 “자주권 유린”이라고 비난했다. 또 2001년 10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 “테러는 반대하지만, 군사력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과 대화해야 하는 북으로선 이라크 공격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평하는 게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편에선 북 내부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김인구 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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