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요 며칠 사이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 언급을 해 무엇이 진심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 인터넷 매체가 현직 장관의 말을 빌려 미국 관리가 북폭(北爆) 타진을 해왔다고 보도하자, 다음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 장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수라 하더라도 엄청난 실수”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문제의 장관이 김진표 경제부총리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인 18일 국무회의에선 김 부총리에게 “아무것도 아닌데 뭘…”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처음엔 분노했지만 TV를 통해 김 부총리 해명을 듣고 이해했다”고 설명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부총리의 직책에 있는 사람이 국익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사실도 아닌 내용을 함부로 언급했다는 문제의 본질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익 손상 위험도 그대로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며칠 만에 정반대 언급을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과 “아무것도 아닌 일” 중 어느 것이 대통령의 입장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창동 문화부장관의 ‘언론 취재 지침’ 논란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17일엔 “정부가 지침 같은 것을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가, 18일 이 장관을 만나서는 “지침에 대해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편에선 노 대통령이 두 장관을 대면한 상태에서 바로 지적하기 어려워 그냥 상황을 피하려 한 것이란 설명도 한다고 한다. 사인(私人) 간의 관계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 ‘국민의 알 권리’와 같은 중대한 국정 사안을 놓고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과 부총리, 장관이 사사롭게 대화한다는 것은 국정과 국민에 대한 바른 태도일 수 없다. 어떤 이유든 이런 일은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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