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어업협정 타결을 위한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는 지난달 28일 일·중(일·중)간의 어협 타결로 그동안 무절제하게 진행돼온 중국 어선의 공격적 어로가 6월부터는 일본측 수역에서 실질적으로 통제되게 된 것에 비해, 한국측 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남획은 그대로 방치되는 상태가 계속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동(동) 중국해에서 공격적인 어업확대 정책을 계속해온 중국은 어업문제에 관한 한 주변국에 일종의 가해자(가해자)적 위치에 있으며, 새로운 어업질서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도 관계국과 협정의 타결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한국과 일본은 일종의 피해의식 속에서 협정의 조기타결을 위해 애를 써왔다.

96년 일본·중국과의 어업협상을 열던 당시 한국의 협상방침도 중국과는 ‘조속히’, 일본과는 ‘천천히’ 협상을 타결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루어 놓은 결과는 본래의 협상 방침과는 정반대의 것이 되고 말았다.

일본과는 독도문제를 얼버무리고, 일본측 수역에서 어망을 모두 버리고 쫓겨 나오며 어업협정을 비준·발효시켰으면서도, 중국과는 아직도 가서명(가서명)된 골격 협정의 내용합의를 놓고 끝간 데 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는 본래 협정타결에 서두를 의사가 없는 중국 측의 기본적 태도에도 연유되는 것이지만, 협상에 임하는 우리측에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 최근 알려진 ‘양해각서’에 관한 문제만 하더라도 해양수산부 쪽은 조약실무에 관한 국제법적 전문성이 결여돼 있었고, 외교부 쪽은 어장과 어자원에 관한 우선 순위의 인식이 결여돼 있었다. 여기에서 한·중 어협의 긴급한 당면 과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번째 과제는 이 협정 자체를 합리적인 모습으로 시급히 비준·발효시키는 문제다. 일본과 중국의 합의가 타결된 것은 한·중간 합의의 조기 타결을 위한 간접적 여건에 불과하다. 한국은 중국에 협상 타결 시한을 제시하고, 시한 이후에는 한국 측 수역에서의 강력한 어로규제를 단행할 의지를 중국 측에 주지시켜야 한다.

두번째는 한·중 잠정조치 수역과 과도수역에서의 조업 및 자원관리 규제에 관련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 내는 일이다. 이 과제야말로 협정의 실효성을 결정하는 주요 관건이다. 어로규제에 관련된 한·중 공동어업위원회의 권한 범위와 기능을 정함에 있어서 과도수역을 협정 유효기간 4년까지 잠정조치 수역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으나, 한국측 과도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남획을 실질적으로 적발, 규제할 수 있도록 ‘특별확인조치’나 한·중 공동의 ‘즉시규제’ 방식을 점진적으로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는 양자강(양자강) 하구 수역에서의 어로규제 문제다. 지난 2월28일 타결된 일·중 합의내용도 바로 이 수역에 관한 것이다. 이곳은 한국의 중요한 어장이 형성돼 있는 수역이라는 점에서, 일부 언론에서 일·중간 합의 타결 그 자체가 한국의 어업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적어도 법리상으로는 한·중·일 3국이 지금처럼 양자적(량자적) 합의체제를 유지하는 한, 한국은 당연히 이번 일·중간 합의에는 기속(가속)되지 않는 협약외 제3국이므로 이들의 합의 자체가 우리 어업권을 반드시 침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앞으로 성립될 한·중간 합의가 일·중간 합의의 시기와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때만 이런 순진한 법리론은 정당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서해5도 부근 37도이북’ 수역에 대한 합의이다. 이 수역은 한·중어업협정에서 미합의 수역으로 남겨둔 다른 하나의 부분이며 한국, 북한, 중국의 예민한 관계가 걸려있는 곳이다. 남북한 관계에 대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명문화하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구 한국 해양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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