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과 한·미관계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돌출적인 데다 때론 그 진의가 무엇인지를 알기 힘들 뿐 아니라 내외의 혼란을 자초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2주 전 취임사에서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던 노 대통령이 엊그제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는 대북 정책에선 미국과 의견이 다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노 대통령은 취임 후 2주 동안 북한과 한·미관계라는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서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취임식날 노 대통령을 면담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노 대통령이 미국의 다자해결 방식에 대해 분명히 이해했고, 이를 지지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지난주 한 영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상반된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만약 이런 일이 반복되게 되면 외교적 신뢰의 문제로까지 발전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한국의 국제적 입지는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미 간의 의견대립을 공개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북한이 줄기차게 ‘국제공조’를 버리고 ‘민족공조’를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미관계에 불필요한 오해와 긴장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당면한 안보 현안인 북핵문제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

북한은 어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는 등 일단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박자를 맞춰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북핵 문제에 관해 한국의 대통령이 엇박자를 공개 천명하는 것이 사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노 대통령은 이제 외교·안보 문제에 관한 발언만이라도 ‘전략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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