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핵문제 전문가들이 2월 20~21일 이틀간 베를린의 북한 대사관에서 비공식 접촉을 갖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포기할 경우 이를 검증하는 방법을 협의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양국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 6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측은 전 정부 당국자, 국립연구소 소속 과학자, 재야 핵문제 전문가 등 3명, 북한측은 원자력에너지성 및 외무성 당국자 1명씩과 베를린 대사관 직원 2명 등 4명이 협의에 참석했다.

양측은 작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게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시인한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대해 ‘검증 가능한 형태의 포기’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협의했다.

북한측은 이 자리에서 1999년 당시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미국 조사단을 현지에 받아들여 핵계획 포기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제안했으나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주장, 협상이 결렬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이 같은 접촉 내용을 2월 21일 한·중·일 3국 방문에 나선 콜린 파월(Powell) 국무장관에게 보고했으며, 파월 장관은 서울에서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볼튼 국무부 차관)”며 다국 간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입장 때문에 북·미 정부 간 교섭 형태는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 東京=鄭權鉉기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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