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 첫날 주제발표 <요지>

제4회 북한 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 이틀째인 3일 체코 프라하 뫼벤픽호텔에서 본회의가 속개돼 1세션에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와 구류 실태에 대한, 2세션에서는 식량난과 재중(在中) 탈북자 실태에 대한 주제 발표가 각각 이루어졌다. 주제 발표에 앞서 북한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실상을 담은 비디오 상영과 탈북자 3명의 증언이 있었다. /편집자주



◆ 정치범수용소/ 허만호(경북대 교수)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거의 모두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는 ‘완전통제구역’으로 전환되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경미한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혁명화구역’은 거의 사라지고 현재 ‘요덕수용소’로 유명한 15호관리소에만 일부 남아 있다.

비정부 단체들은 북한 당국이 고문과 살해, 성적 학대가 서슴 없이 자행되는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시인하도록 부단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제네바 소재 유엔 인권센터에 편지를 보내거나 청원서 제출운동과 같은 캠페인들이 지속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 구류시설/ 데이비드 호크(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조사관)

강제 송환된 탈북자 대부분은 감옥에서 심문 받는 동안 고문을 받고 있다. 회령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에서 의자에 앉은 채 구타를 당하거나 온성 감옥에서 보위부원들에 의해 손가락이 부러지고 눈·코·입·귀 모두에서 피가 나도록 구타를 당했다는 등의 증언을 확보했다. 이 같은 고문은 감옥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을 수감하는 집결소와 강제노동단련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임산부들에 대해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가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한 8명의 탈북자 증언도 있다. 신의주 집결소에서 3명의 영아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탈북자도 있고 청진 도집결소에서 임신 3~4개월째인 6명의 여성들에게 강제 낙태 수술이 자행되는 것을 본 탈북자도 있다. 어떤 탈북자는 남신의주 집결소에서 2명의 영아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했다.


◆ 북한의 식량난과 인권/ 제성호(중앙대 교수)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식량 배급제가 이미 붕괴된 상황이다. 연간 식량부족량이 150만t 내외에 달한다.

식량난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식량 조달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주민들은 장마당이나 암시장 또는 농촌지역의 친인척으로부터 부족한 식량을 조달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사정이 어려운 것은 북한의 자체 식량이나 국제 지원 식량의 상당 부분이 먼저 군대에 공급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또 확보한 식량에 대해 그 전부를 주민들에게 배급하지 않고 있고 잉여 식량을 모두 국영상점을 통해 판매하지 않고 있다. 특히 배급 식량의 경우 애국미·군량미 등을 구실로 22%는 감량조치하고 있다.


◆ 북한 어린이 영양실조/ 하랄드 마스(독일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지 아시아 특파원)

2001년 말 겨울 독일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6000t의 쇠고기 분배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방북, 강원도를 돌아 봤다. 당시 목격한 것은 붕괴하기 직전 벼랑끝에 서 있는 앙상한 국가였다. 원산의 경우 어느 건물도 난방이 되지 않고 있었고 일부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머리색이 붉게 변해 있었다.

비교적 낫다고 해서 방문을 허용한 가정집들도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한 가족은 유엔이 제공한 학교 식량으로 끼니를 잇고 있었다.

올 북한 식량난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세계식량계획(WFP)은 국제 지원 식량의 부족으로 북한의 식량 지원 대상자를 640만명에서 350만명으로 감축시켰다. 심각한 기근을 피하기 위해선 110만t이 필요한데 WFP는 그 중 절반 정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10만t 가량을 지원받았거나 지원 보증을 받았을 뿐이다.


◆ 재중(在中) 탈북 난민/ 마흐린 뷔소니에(국경없는의사회 서울대표)
대규모 국제 식량원조와 수백만명의 아사자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계속해서 국경을 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탈북자들은 누구나 가져야 하는 보호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은 결혼을 위해 팔려 가거나 성적 학대의 희생자가 되거나 지역 기업가들에 의해 착취 당하고 항시 경찰에 신고될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동물들처럼 숨어서 살고 있다.

지난 3년간 중국은 피난처와 원조를 얻기 위해 조국을 떠나 온 수천명의 북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강제 송환해 왔다. 한 탈북 난민은 몇 달 전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득, 저는 제가 북한에서는 살아 남는 데 성공했었더라도 중국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라하(체코)=金光仁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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