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와 주한미군이 한강 이북 도심지역에 있는 미 2사단을 한강 이남 등지로 재배치할 것이라는 방침을 우리 정부에 밝힌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미 2사단 재배치 문제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2사단 재배치의 군사전략·정치적 의미와 문제점, 우리 정부의 대응방향에 대한 분석을 들어본다.



◆ 박용옥(朴庸玉) 전 국방차관

미 2사단은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전쟁억제의 기능이 크다.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돼도 한·미 양국 정부 간에 상호 신뢰감을 갖고 서로가 충분히 필요성을 갖고 추진할 때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논의는 한·미 간에 뭔가 껄끄러운 감정의 표출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은 ‘한국이 원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는데 이는 우리가 원한다면 비용을 우리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방대한 기지 부지 및 훈련장 확보가 과연 가능할 것이냐도 따져봐야 한다.

더구나 북한 핵문제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데 자꾸 한·미 간 마찰의 형태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현 시점에서 미 2사단 후방배치 문제에 대해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자체 병력감축 계획에 따라 감군(減軍) 조정이 이뤄진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재배치는 병력감축보다 훨씬 어렵고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국이 원한다면 미 2사단을 재배치한다’는 얘기를 전제로 본다면 미국은 2사단 재배치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원치 않는다면 재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2사단 재배치는 미국이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본의 아니게’ 포기하게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전략적으로는 한·미동맹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고, 재래식 야포 사정권 내에 주둔하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미국이 방어적 성격보다 공세적 성격을 띠게 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제기되며 논란이 야기될 것이다.

북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재배치 문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2사단 재배치와 병력 감축 문제는 미측과 충분히 협의해 결정해야 하고 한반도 긴장완화, 북한 위협 감소 및 제거, 한반도 군비통제와 연계해 추진돼야 한다. 일방적인 2사단 재배치는 북한에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또 부지확보와 비용문제도 제기된다.

◆ 이정민(李正民) 연세대교수

사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한·미연합사에서 ‘작전계획 5027’을 수정한다고 하는데 이 작업이 끝나야 재배치 문제가 정리될 것 같다. 미 국방부에서 독일·한국 등 전세계 주둔 미군을 재조정하느냐, 아니면 우리만 하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후방지역으로의 재배치보다는 아예 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가 의외로 빨리 진행돼 미 2사단이 미 본토 방위 임무로 재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미군 철수의 가장 큰 손실은 인공위성, 통신감청 등 전략정보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이 공백을 메울 능력이 없다.

현 시점에서 섣불리 미군 감축 또는 재배치를 지지한다면 그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지금은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양상이다. 한·미 양국 간에 전반적인 협상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 현 상황에서 2사단의 후방 재배치 문제보다는 미측이 미군 주둔 우선순위를 한반도보다는 일본쪽으로 상정할 가능성을 주목해 봐야 한다. 우리와 반대로 일본의 전략적 입지는 강화될 것이다.

◆ 이석수(李錫洙) 국방대학교 교수

미 2사단을 후방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군사적으로 인계철선 역할을 못할 수 있다.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의 비무장지대(DMZ)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2사단 전방배치는 한·미 군사동맹의 상징인데 재배치될 경우 군사동맹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무너져 불안감이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진전 여부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를 검토, 한·미동맹과 남·북관계의 변화가 같이 움직이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최근 남·북관계 변화와 무관하게 주한미군이 이슈화돼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의문이 든다. 정부는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변화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 동시에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입장 정리를 해야한다.

미국의 진의도 좀더 확인해 봐야 한다. 신정부의 성격에 따른 샅바싸움인지, 아니면 진짜 한·미동맹 문제를 무제한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불확실한 점이 있다.
/ 庾龍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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