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전임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 이를 이어갈 새로운 현실적 토대를 마련해야만 한국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25일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어판이 주장했다.

신문은 '새우에서 돌고래로'라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한국 속담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짓이겨진 한반도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면서 노 대통령은 이런 역사적 숙명에 순응하지 않고 한국을 새우가 아닌 고래들의 싸움을 조정하는 돌고래로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노 대통령이 표방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먼 장래를 내다보는 비전 수립 뿐아니라 현실적 바탕 위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대통령은 남북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서로 이해하는데 기여했으나 남북관계는 현재 분명한 한계에 부닥쳐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북한이 한국의 호의에 제대로 보답치 않고 계속 손만 벌리며 이용해온 상황에서 대북 비밀송금 파문이 일고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 추진은 한국 정부에 큰 아픔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신문은 또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과의 `성숙한 동반자 관계, 수평적 동맹관계'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햇볕정책 실패를 주장해왔으며, 북핵문제 해결 중재자로서도 중국을 더 적임자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아울러 햇볕정책의 경제적 수혜자인 북한 역시 한국의 중재를 그리 달가워 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대화만 요구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신문은,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북한을 달래는 식으로 전개돼온 남북관계가 양 측이 진정한 화해를 도모하는 궁극적 목표로 진전돼야 한다면서 한국이 새우가 아닌 돌고래 역할을 하려면 북한에 대해 요구할 것은 분명히 요구하고 경제지원도 확실한 조건을 달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처럼 북한의 위협을 지나치게 심각히 여기거나 미국의 일방적 대외정책에 대해 침묵하고만 있어서는 안되지만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대미(對美)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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