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5일 "현단계에서는 핵무기를 개발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116개국 대표단에 행한 연설에서 "현 단계에서 북한의 핵활동은 오로지 평화적 목적에 국한돼있다"면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것은 미국의 무모한 억압 정책으로 인해 국익이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이같은 심대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NPT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는 국가 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자위권적 조치이자 독립적 선택권의 실행이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반세기 동안 지속해온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법적 효력이 있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한편 동등한 지위 하에서 진지하고 실질적인 태도로 북한과의 대화.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힘이 모든 것'이라는 논리에 입각한 일방주의가 국제사회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으며, 반 테러리즘을 구실로 세계에 전쟁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개발도상국의 주권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문어발식 개입에 짓밟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휘 아래 진행되고 있는 군 기반 정책은 미국의 침략위협 하에서 국가를 수호하고 군을 국가의 동량으로 해 경제를 건설할 수 있는 최상의 강력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장에 나온 북한의 한 외교관은 북한이 동해상에 지대함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는 보도에 대해 "뭐가 큰 사건인가.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도 있는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 "근래의 한반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모든 관련 당사자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촉구성 문안을 담은 선언문을 이날 회의 폐막과 함께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콸라룸푸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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