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배치된 3만7천여 미군들은 북핵 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날로 높아가면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부 병력이 휴전선에서 불과 몇㎞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주한미군이 견고하게 무장한 대규모 북한군의 일차적인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을 통해 미군 사령부의 소령은 이곳의 상황이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 지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앉아 있는 이 빌딩도 썩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군 군사계획 담당자들은 남북한간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2주 안에 100만명 이상이 숨질 가능성이 있으며 희생자들은 대부분 서울과 근처의 민간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비무장지대 근처에 집중 배치한 1만3천문의 대포와 셀 수도 없이 많은 로켓포, 박격포 등으로 한시간에 50만회의 포격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군 대령은 "그들의 개념은 수많은 포격으로 적군을 동요시켜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주변에 몰려 있어 사전 징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공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수만명의 한국 주재 미국 민간인들을 국외로 소개하는 데만도 최소한 21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염두에 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주한미군을 비무장지대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재배치하거나 심지어 숫자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앤드리 투세인트 대위는 "한국에 주둔하는 동안 중동지역에 배치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으며 일부 부하들은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투세인트 대위는 "과거에는 병사들이 훈련할 때마다 불평을 했으나 수주 전부터는 이런 불평이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에도 불구하고 비무장지대 근처 북한군의 군사행동에 관한 우려할 만한 징후는 없으며 따라서 미군이 특별한 전쟁대비 태세에 들어간 것도 아니라고 미군 관계자들은 지적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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