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동국대 교수 =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은 그동안 설로만 떠돌던 대북송금 관련 사항들이 어느 정도 범위내에서 밝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이같은 사실들을 실정법에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그리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만 남은 것 같다. 정권 교체기인 점을 감안해 대승적으로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본다.

북한도 남북관계 과도기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대북송금은 어떤 측면에서는 남북 당국간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합리화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같은 관행은 있어서도 안되고 통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는 긍정적으로 수용돼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더 이상 파고들면 대북채널 등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공개돼선 안될 부분까지 드러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승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또 관련자 사법 처리가 이뤄질 경우 북한에게 남북관계 속도 조절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엄청난 이익이 예상되는 투자사업의 독점권을 따내기 위해 모험을 걸었던 현대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사건은 향후 대북사업의 투명성 등 발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위원 = 송금 문제의 본질은 '국민의 정부'가 남북화해와 협력이라는 시대적 대의에 부합하는 대북포용정책을 특정 기관(국정원)과 특정기업(현대)를 통해 추진하면서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중차대한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한 실정법은 분명 장애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국가기관의 책임 문제는 이 전략적 목표의 정당성과 시 실정법 위반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실정법을 고쳐야 하며 동시에 국가기관과 기업이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대북정책 또는 사업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신맹순 녹색평화당 연수위원 = 이 문제를 실정법 위반 차원에서 문제를 삼는것은 단견중의 단견이다. 북한에 몇 억달러의 돈을 어떻게 지불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무엇을 위해 지불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현대가 7개 주요 사업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한 것이 분명하다면 이는 앞으로 진행될 대북 투자의 선점권을 확보한 것이다. 서방 기업들에 갈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먼저 잡았다면 이보다 더 잘한 사업이 어디 있는가?

미국의 링컨대통령이 남북 지역간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노예를 해방한 것이나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 막대한 정치.군사적 지원을 통해 미-중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소련을 해체시킨 것이나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가 어마어마한 자금 지원을 통한 '동방정책'으로 동서독 통일의 기틀을 다진 것을 시비할 수 있을까? 경의선 연결로 얻을 수 있는 이익만 따져도 몇 억 달러는 문제도 아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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