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정대철(鄭大哲) 방미 대표단장에게 용산기지 이전을 포함, 한수(漢水) 이북 미군기지 재배치 등의 문제를 상의하자고 먼저 제의한 데 대해 국방부는 기존의 용산기지 이전계획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Land Partnership Plan)을 언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은 지난 2001년 12월부터 추진되고 있으나 그동안 미군측이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왔기 때문에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으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용산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 이전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 등을 우려, 고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도 성남 특전사 부지, 오산, 평택 등지를 유력한 후보지로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비용은 당초 100억~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으나 최근 한·미 당국이 다시 정밀분석한 결과 30억~50억달러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기지 이전이 처음 추진된 것은 지난 88년 3월.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에 이전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시작했다. 양국은 90년 6월 합의각서 및 양해각서를 체결, 17억달러로 추산된 이전비용은 한국측이 부담하고 용산기지 이상의 생활수준과 작전능력 유지를 보장키로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백지화됨에 따라 이전 대상 병력 규모가 5000명에서 1만명으로 확대되고, 예상 이전비용도 17억달러에서 95억달러로 급증, 한·미 간에 이견이 생겼다. 이전대상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93년 6월 용산기지 이전 계획을 전면 유보키로 했다. 그 뒤 한·미 간 용산기지 이전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다가 2001년 말 용산기지 아파트 건설에 대해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양국은 원점에서 다시 추진키로 합의했다.

LPP는 오는 2011년까지 전국의 주한미군 기지 및 훈련장을 전면 재조정하는 계획. 지난해 3월 한·미 국방장관 간에 최종 합의됐다. 미2사단이 사용 중인 동두천, 파주, 의정부의 일부 기지를 비롯, 미군 기지 41곳을 23곳으로 통폐합하고 훈련장 등 4100만평을 반환하는 대신 우리 측은 통폐합에 필요한 대체부지 154만평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하는 미2사단의 감축 또는 후방 배치 필요성을 언급하는 연구 보고서들이 잇따랐다는 점을 들어 LPP와는 별개로 미 2사단을 한강 이남지역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이 미군 내부에서 은밀히 검토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 庾龍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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