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폐연료봉 이동 움직임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현재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향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미 행정부내에 형성돼있다고 31일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핵연료봉의 재처리를 위한 조치는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협박하려는 의도를 지닌 북한의 또다른 도발 행위가 될 것이라며 "그러한 조치는 어떠한 것이라도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영변 핵연료봉의 이동은 국제사회에 매우 심각한 사태의 진전이며 또다른 부적절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리는 지난 수 주일간 영변의 저장시설에서 이동했던 트럭들은 폐연료봉을 싣고 있었으며 이는 폐연료봉을 다른 곳에 저장하거나 또는 재처리를 위한 준비작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근 도로의 정비 작업을 벌이는 등 많은 인부들이 이 시설에서 일해온 것은 북한이 이미 원자로의 가동을 재개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관리들은 또 북한이 늦어도 2월말까지는 원자로를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의회에서 가진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비축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의 북한관련 정보에 정통한 한 고위 관리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 1∼2개를 제조할수 있을 만큼 충분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번 움직임이 "핵실험을 하기 위해 재고를 비축하려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자신들의 움직임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같은 기도를 공공연하게 시도했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종의 신호라는 분석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센터(CSIS)의 아시아문제 전문가인 커트 캠블은 "그들이 대낮에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은 미국을 상대로 한 `벼랑끝 전술'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미 행정부는 애써 냉담한 척하고 있으나 해외로 판매될 수 도 있는 플루토늄을 개봉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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