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대북 4천억원 지원설과 관련, 현대가 이중 2천235억원을 대북관련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감사원이 30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북한지원설 감사결과를 발표, "현대상선이 지난 2000년 6월7일 대출받은 일시당좌대월 4천억원의 경우 1천억원은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 매입자금으로, 765억원은 현대상선 CP 등 상환자금으로, 나머지 2천235억원은 대북 관련 사업자금으로 각각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는 이 자금을 `북한 개성공단 사업비' 명목으로 지출, ▲공단 조차비 ▲토지기반공사 조성비 ▲공단 시설공사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감사원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번 발표내용은 현대측이 지난 28일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2천235억원이 실제 대북관련 사업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아니면 출처가 불분명한 다른 자금이 북한에 유입됐는지 여부는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현대가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자금을 포괄적인 운영자금 중 `대북관련 사업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히는 등 일단 사용처를 해명함에 따라 감사원은 당초 방침을 바꿔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고발하지는 않았다.

감사원 손승태 사무1차장은 "현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천235억원은 개성공단, 남북철도사업 연결사업, 금강산관광사업 등 7개 대북관련 사업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사용내역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 차장은 특히 "현대측은 현대와 북한간 체결된 `사업약정합의서'에 따라 북한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해명해 왔으며 감사과정에서 합의서의 존재는 사실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합의서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회장과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에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차장은 그러나 "감사원은 계좌추적권이 없이 실제 이들 자금이 북한에 흘러들어갔는지 등의 여부를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손 차장은 "현대가 문제의 자금을 대북사업에 사용했을 경우 당초 대출목적인 `운영자금'의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산업은행 대출규정에 벌칙조항도 없어 고발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북지원 과정에서의 국정원 편의제공 여부에 대해 손 차장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이 국정원 개입여부 등 대북지원설 실체에 대한 자체 진상규명에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북한지원설의 진실은 계좌추적 등 검찰수사를 통해서나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감사원이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고발하지 않은 데다 2천235억원의 대북사업 지원이 기업 운영자금에 포함될 수 있느냐를 놓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에도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대의 주장대로 대북지원이 사실일 경우라도 대북지원금이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를 놓고 법리 논쟁이 예상된다.

한편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천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여신심사, 신용공여한도, 대출기한 연장 등 관련규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산업은행 박상배 부총재와 감독을 소홀히 한 이근영 전 총재(현 금감위원장)에 대해선 인사자료 및 업무감독에 활용하라고 재정경제장관에 통보했다.

또 현대상선의 차입신청서 접수.검토, 여신심사, 당좌대월약정 체결 및 사후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산업은행 직원 3명에 대해선 문책조치하라고 산업은행 총재에게 통보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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