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안개 자욱한 평양의 창광 거리에서 출근길 아침 시민들이 바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설은 북한에서도 지난 88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로 단오 등과 함께 민속명절로 부활했으나 아직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명절로 자리잡지 못해 아직 설다운 풍경이 그리 흔하지는 않다.

북한 주민들은 양력 1월 1일을 공식적인 `설'로 쇠고, 음력 1월 1일은 `음력설'이라고 구별해 부른다. 이에 따라 양력 1월 1일에만 국가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쌀, 술, 고기 등이 배급되고, 휴무일로만 지정돼 있는 `음력설'에는 배급품이 없다.

게다가 주민들은 지난 50여년 간 양력설만을 쇠어 왔기 때문에 음력설을 진짜 설로 여기지 않고 다른 휴무일과 비슷한 날 정도로 여기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1993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종전에 하루였던 음력설 휴무일이 이틀로 연장되면서 민속명절 분위기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작년 음력설에는 평양서 전국 규모의 `학생소년 민속놀이 경기'가 열려 연날리기, 팽이치기, 윷놀이, 장기 등의 놀이판이 벌어졌고, 주민들은 가족 단위로 옥류관 등 유명 식당에서 평소 맛보기 힘든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고 북한 보도매체들은 전했다.

특히 작년부터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음력설 아침에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의 초상을 향해 큰절을 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모와 형제에게 먼저 설 인사를 올리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방송들은 작년 음력설을 맞아 "이른 아침에 윗사람에게 세배하는 풍습에 따라 수도의 시민들이 스승과 선배, 다정한 이웃, 친척 등을 찾아 인사를 나누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방송은 24일 올해는 북한 정권 창건 5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음력설을 맞이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음력설은 인민의 기쁨과 행복으로 수놓아질 것"이라고 명절 분위기를 띄웠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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