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다보스포럼)에 참석중인 민주당 정동영 (鄭東泳) 의원은 24일오전(한국시간 24일 오후) 본회의장인 콩그레스 센터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사회자인 레베카 매키논 미국 CNN 도쿄지국장과 북한 핵문제 등에 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정 의원은 이어 다보스포럼을 취재중인 외국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새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경제정책 방향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매키논 지국장 및 기자회견 일문일답 요지.

--(매키논)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특사 파견방침이 발표됐는데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북측의 일관된 주장에 대한 입장은.

▲북한은 한국이 북핵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평양과 워싱턴간에 대화가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호주대표단이 최근 북한을 방문하는 등 많은 나라들이 북핵문제에 관여하고 있다.

북핵문제는 양자 및 다자간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북한은 호주대표단과 러시아 특사의 방문을 계기로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다자대화를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벼랑 끝 전략을 구사하는 등 협상전술에 능란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미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친데 이어 남북정상회담 후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기회를 놓쳤다. 북한이 이번에는 기회를 상실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은 북한 편에 있지 않다.

--(매키논) 북한은 미국에 대해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거부하고 있는데 중간선에 어떤 형태의 절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이 불가침조약을 요구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의 최대 당면과제는 생존이다. 북한의 불가침조약 요구는 잘못된 인식(misconception) 또는 환상(illusion)이라고 본다. 북한의 문제는 체제 자체에 있는 것이지 미국의 체제인정 보장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정권의 체제를 보장해준다고 하더라도 북한 체제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 북한은 94년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부시행정부는 새로운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와 새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아직은 그 문제에 관해 언급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그런 단계에 있지 않으며 현시점에서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과 주한미군의 주둔 논란 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한.미 양국의 관계는 안보상의 이유로도 매우 중요했고 현재도 중요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촛불시위 문제는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요구에 관한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전제로 한 것이다.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과감한 재건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달라.

▲사회간접자본 시설과 에너지, 농업 등을 망라하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전제로 대북 재건계획에 다른 나라들의 참여방안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새정부의 지역안보 및 경제분야를 포함한 대(對)중국관계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한.중 수교이후 지난 10년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할 정도로 양국의 경제관계는 긴밀해졌다. 정치적으로도 발전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의 불가침조약 체결이 핵문제 해결의 합당한 일부가 돼야 한다고 보는가.

▲북한의 최대 과제는 생존이다. 북한은 항상 모든 어려움이 북.미관계의 악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잘못된 인식이거나 환상이라고 여겨진다. 북한의 문제는 체제 자체에 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준다고 해서 북한체제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요구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큰 위험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다보스=스위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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