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원한다는 명백한 조짐이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1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타임스는 최근들어 북한 언론의 어조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점과 북한 당국이 러시아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에게 이례적으로 고위인사와 회동을 허락한 사실 등을 이러한 "명백한 조짐"의 사례로 들었다.

로슈코프 차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한 특사로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과 회담했던 조명록 국방위부위원장 등과 무려 6시간에 걸쳐 이례적인 회담을 했다. 북한의 방송들이 러시아 특사의 방문을 하루나 이틀 뒤가 아닌 당일에 즉각 보도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로슈코프 차관과 북한 지도자들의 회담이 북핵사태의 전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모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로슈코프 차관은 이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보장 ▲미국의 서면 대북 안보보장 ▲대북 구호 및 경제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일괄 타결책을 제시했다.

타임스는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도 역시 북한이 남한의 경제ㆍ외교적 지원에 상응해 기존의 태도를 순화할 지, 아니면 단지 한미간 균열을 부채질하려고만 할 지를 나타내는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미간 양자해결을 통해 북핵문제를 논의하자는 북한측의 일관된 주장에 대해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 소사이어티 한국주재 대표는 "미국은 이 문제가 국제적 위기라는 점에서 북미 양자 회담을 거부해왔으나 동시에 미국이 외교과정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도 모든 당사자들이 알고 있다"고 밝혔다.

스나이더 대표는 "러시아 특사의 방북은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단합돼 있는 지를 북한에 통보하는데는 매우 유용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당분간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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