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지원활동을 전개해온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씨가 21일 일본 도쿄의 외국인 특파원 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도를 들고 탈북자들의 선상탈출 항로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유럽·일본의 탈북자 지원 NGO 관계자들이 참석, 선박을 통해 한국과 일본으로 망명하려다 중국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東京=權大烈특파원

국이 지난 18일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에서 선박을 통해 한국과 일본으로 망명하려던 탈북자 80여명을 체포한 데 대해 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번 사건이 국제적인 인권 문제로 부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 활동을 해왔던 한국의 탈북자 지원 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와 유럽의 ‘국경없는 의사회(MSF)’, 일본의 북한난민구호기금 등 다국적 NGO 관계자들은 21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의 외국인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 정부에 북한 난민 58명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계획을 ‘리본’이라는 암호로 부르고 추진했다”면서 “그들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우리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다가 물에 빠져 죽어도 좋다’며 삶을 찾아 위험한 모험을 감행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토 히로시(加藤博) 북한난민구호기금 사무국장은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피해 빠져나온 이들을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그들에게 죽으라는 말과 같다”며 “특히 이들 중에는 일본에서 건너갔다 탈출한 2명의 재일 한국인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운동에 앞장서 온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는 “사전에 중국 공안 당국에 정보가 누출돼 탈출작전이 실패했다”며 “중국 당국은 이들의 생존을 위한 요구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참석한 기자들에게 “국제 언론의 도움 없이는 이번 사건이 해결되기 힘들다”면서 “중국 정부에 국제적 압력을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견을 가진 NGO들에 따르면 옌타이항에서 체포된 사람은 탈북자 48명과 NGO활동가 2명, 뉴욕타임스 프리랜서 사진작가 석재현씨 등이고 억류 중인 탈북자들은 8세 어린이에서 97세 노인까지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국의 탈북자 인권 운동 관계자들은 “탈출 준비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 “각국 여러 단체 회원들이 오랜 기간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북한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한 탈북자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그들을 도우려는 우리의 노력도 여러 가지 형태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로 해상 탈출을 시도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해상으로의 탈출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활동하던 운동가들이 모두 추방된 상태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막혔으며, 대사관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그들을 이렇게밖에 도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적발된 탈북자 가운데 이미 10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21일 보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은 이날 일본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중국 공안에 의해 구속됐던 탈북주민은 58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10명은 송환됐다고 전했다.
/ 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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