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朴正熙) 정부는 지난 72년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접근하자 북한의 IAEA 가입을 은밀히 저지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가 16일 공개한 72년도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 박관오 국가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대리는 72년 11월 IAEA에 서한을 보내 '시험원자로 이엘떼(ERT)에 쓸 핵연료봉 30개(우라늄 235, 무게 5천130g)를 소련에서 수입하게 되는 것과 관련하여 IAEA의 해당 절차를 준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IAEA 사무차장 홀(Hall)씨는 같은 해 12월13일 이성가(李成佳.75년 사망) 당시 주 오스트리아 대사와 강모 서기관을 불러 "북한으로부터 이런 서신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이 한국보다 먼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한국측이 이번 기회에 NPT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은 김용식(金溶植.95년 사망) 당시 외무부 장관은 이 대사에게 '북한측의 IAEA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IAEA) 사무처 당국과 접촉, 그 결과를 수시 보고하고 (IAEA) 사무국측의 (북한에 대한) 답신 내용이 어떤 것이 될지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조용한 방법으로 타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 대사와 다시 만난 홀 사무차장은 "북한측에 NPT 가입 의사 및 안전조치 적용 의사를 타진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만일 북한이 먼저 NPT에 가입하고 전격 비준하면 앞으로 북한의 IAEA 가입을 한국측이 저지하거나 활동을 하는 데 다소 난처한 입장이 될 것인 만큼 북한보다 먼저 NPT에 가입하라고 조언했다.

또 당시 과학기술처는 73년 1월10일 외무부에 보낸 공문에서 북한이 IAEA에 가입하면 IAEA 내부에서 북한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과 북한이 IAEA 통제를 받게 됨에 따라 북한 자체 핵무기 개발 위험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함께 지적한 뒤 '가능하면 북한의 IAEA 가입을 저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57년 8월 IAEA에 가입했지만 NPT 가입을 미루다 북한이 74년 6월 IAEA에 가입하자 75년 4월 NPT에 가입했으며 북한의 NPT 가입은 85년 12월에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 94년 6월 IAEA를 탈퇴했고 지난 10일 NPT 탈퇴를 선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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