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3시50분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북측 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100명의 이산가족중 특히 김삼례(73) 할머니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납북된 동진호의 갑판장이었던 아들 강희근(49)씨를 만나고 온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어떻게 산대요? 동진호 선원들 이야기는 물어보셨어요?”

“아들한테는 아무것도 못 물어 봤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돼. ” 5분여쯤 지났을까, 경찰관들이 몰려와 할머니를 데려가 버렸다. 잠시후 “김 할머니가 경찰차를 타고 강화도로 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기자들은 다투어 강화도로 달렸다. 기자들은 강화대교 못 미친 지점 국도 위에 김 할머니와 최우영(납북자 가족 협의회 회장)씨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자회견 후 ‘택시 타고 가겠다’는 할머니를 정부 관계자들이 ‘차로 모시겠다’며 억지로 경찰차에 태웠어요. 한참을 달리다 강화도가 눈 앞에 보이자 경찰관들은 ‘우리는 여기서 돌아가야 한다’고 했고, 통일부 관계자는 ‘그러라’고 했어요. ” 할머니와 줄곧 동행했던 최씨는 흥분해 있었다.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할머니를 차에 태웠다가 목적을 달성하자 도로 중간에 할머니를 내려놓고 가버린거죠. ”

기자들의 취재차에 ‘구제’돼 강화도의 한 횟집에 들어간 할머니는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을 피했다.

“글쎄 아들과 속내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니까…. ”

“정부에서 ‘어떻게 지냈냐’ ‘얼마나 고생했냐’ 따위 질문은 하지 말라고 했어. 북한에서도 아들과 둘만 있어본 적이 없어. 그래서 물어보지 못했어. 물어볼 엄두가 안났어. ”

꿈에도 못잊던 아들을 13년 만에 만나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 남과 북의 정부, 그리고 기자들을 따돌리자 칠순 할머니를 국도위에 ‘버려놓고’간 경찰과 통일부 직원. 도저히 믿기 어려운 ‘실제 상황’이었다.

/염강수 사회부기자 ksyou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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