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교인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반미운동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李起元기자 kiwi@chosun.com

주말인 11일 오후, 작년 말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렸던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하고 반미(反美)운동 자제를 촉구하는 개신교인들의 대규모 기도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 회장 김기수 목사)와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대표회장 최해일 목사) 주최로 열린 이날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 기도회’ 행사에는 6만여명(경찰 추산·주최측 집계는 10만명)의 기독교인들이 참석했다.

보수 교단을 대표하는 한기총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교회(순복음) 등 60개 교단과 14개 단체가 가입해있으며, 진보적 성격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함께 한국 개신교계를 양분하고 있다.

이날 기도회는 교단 지도자들의 긴급 제안으로 1주일간 준비됐으며, 주최측은 오는 19일에도 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한기총 공동회장 신신묵 목사(한강중앙교회)는 “현재의 북한 핵개발과 반미운동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데 교단 지도자들이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대회 상임총무인 박영률 목사는 호소문에서 “우리는 안보상황에 도움이 안 되는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며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일을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태극기,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북한은 핵 개발을 즉시 포기하라”, “주한미군 철수 절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친 뒤, 평화를 기원하는 1만여개의 녹색풍선을 하늘에 띄웠다.
회사원 송종호(27)씨는 “두 여중생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갖고 있지만, 추모시위가 반미운동과 주한미군 철수 운동으로 변질되는 것은 반대한다”며 “민족의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도회를 공동 주최할 것으로 알려졌던 KNCC 측은 기도회 성격을 둘러싼 내부 의견이 엇갈려 회장인 최성규 목사만 개인 자격으로 이날 기도회에 참석했다.
/鄭佑相기자 imag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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