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사태와 이를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 한국의 반미 분위기 확산 등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의 근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4일 밝혔다.

타임스는 뉴저지주 한인 밀집지역인 팰리세이즈 파크의 한국 교민 20여명과 가진 연쇄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에서 점점 커져가는 한반도 위기로 인해 한국 교민들이 우려하고 있으나 일부는 한국의 반미 시위에 어느정도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과 인터뷰한 북한 출신의 박명순(68.여)씨는 북핵사태로 한국이 통일돼 북한의 가족과 재회한다는 꿈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을 염려했다. 재단사 출신인 박씨는 "평화가 없다면 내가 훗날 어머니를 볼 수 있는 희망도 사라진다"면서 "고국의 소식은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냉전시대에 성장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팀 리(45)씨는 한국전쟁에서 5만4천명이 희생됐고 현재도 북한 침략을 억지하기 위해 3만7천명의 군인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브로드 애비뉴에서 컴퓨터점을 운영하는 그는 한국의 반미 시위가 "슬프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재미동포 신문 기자인 정지(30)씨는 한국 교민들이 한국의 반미 감정과 한미 관계의 악화로 인해 이곳에서 배척당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미국 시민권자인 제이 리(61)씨는 "한국에서 미국 여권을 갖고 있거나 공개적으로 친미 발언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들었다"며 고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을 걱정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미군 주둔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거친 언사에 대해 한국인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교민들도 적지 않았다.

약사인 헬렌 리(35.여)씨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무력으로 어떤 문제라도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대가를 치르는 것은 우리"라고 지적했다.

한국 빵집에서 생일 모임을 갖던 이영자(35.여)씨는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이는 미국을 더 오만하게 보이도록 하고 한국인들을 화나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보석상 고재(32)씨는 북핵 위기가 언론에서 거론되는 만큼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현 시점에서 북한이 전쟁을 시작할만큼 어리석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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