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미국 주요 언론들이 남북한 관련 보도를 봇물 터진듯 쏟아내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미국 언론에서 북핵 사태는 이라크 문제보다 더 비중있게 다뤄지기 시작했으며 뉴욕 타임스와 월 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의 영향력있는 신문들은 1일과 2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한과 미국의 움직임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주요 일간지는 일반 기사 뿐만 아니라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서도 북핵 사태를 둘러싼 한미간의 입장차이 등을 중점 거론했으나 대부분은 양국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뉴욕 타임스는 2일 1면에 배치된 `한때의 충실한 동맹 한국, 지금은 미국의 문제로 등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핵 사태 해결책에 관한 한미간 이견 해소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대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면에는 지난달 31일 개봉된 영화 `007 어나더데이'에 대한 한국 시민단체들의 반대운동과 한국민 일각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을 상세히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서도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와 이라크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과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에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도 북핵사태 해결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하며 미국이 홀로 이 문제를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날 지면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휴가지에서 행한 국정현안에 관한 언급 가운데 북한 관련 부분을 부각해 크게 보도했으며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방침 발표는 별도의 기사로 다뤘다.

이날 의견면에는 "미국 정부는 달갑지 않겠지만 지금까지의 노선을 전환해 북한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펴보고 이것이 실패할 경우 군사행동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리언 퍼스 조지 워싱턴대 교수의 기고문도 실렸다.

뉴욕 타임스가 남북한 관련 문제를 이처럼 집중보도하는 것은 주요 현안에 관해 취재역량을 총결집해 다각도의 기사를 쏟아낸다는 편집책임자들의 방침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부시 대통령 행정부내 강경파를 견제하고 `외교적 해결'이라는 사시를 관철하기 위한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신문을 발행하지 않은 월 스트리트 저널은 2일자에서 `서울과의 분열이 북한위기를 복잡하게 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올렸다. 이 기사는 한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핵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로 나섰던 94년 당시와 같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리처드 루가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내정자 등 거물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일간지로 일반 국제정치 문제를 1면에서 잘 다루지 않는 이 신문이 톱기사로 남북한 문제를 올린 것도 이채로웠지만 좀처럼 사진을 싣지 않는 전통을 깨고 이날 지면에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 당전사의 병영 방문을 담은 사진 2장과 함께 남북한 정치 일지까지 실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 포스트도 국제면 관련 기사를 통해 북핵 사태 논의를 위한 한국과 중국 고위 당국자 회담 등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 신문 의견면에 실린 메리 맥그로리 칼럼니스트 칼럼은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는 주의와 신중, 사려를 강조하는 반면 이라크와는 전쟁을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모순에 가득차 있다"고 비판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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