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이라는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현,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뉴시스

북한이 지난 29일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시사하며 위협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북한의 행동이 변하기 전까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해온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어느 수위까지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NPT 탈퇴 가능성 시사 담화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북한 핵위기에 대한 현재까지의 대응방식을 재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대북 경고는 위기감만 고조시켜

뉴욕타임스는 30일, 중앙정보부(CIA)는 현재 북한이 최소 2개의 핵무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따라서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과 참모들은 북한이 그 이상의 핵무기를 제조할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것은 위기를 만들어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콜린 파월(Powell) 국무장관은 29일 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핵폭탄을 제조하고 수출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만일 그렇게 될 경우에는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미국의 대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 ‘심각한 상황’일 뿐 ‘위기’는 아니다

파월 장관은 29일 CBS와 CNN 등 5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 핵문제는 ‘심각한(serious) 상황’이지 ‘위기(crisis)’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CBS 회견에서 자신은 항상 대화를 지지해 왔지만, “북한의 나쁜 행동을 달래기 위해 협상에 나서는 것은 현 시점에서 불가능하며 그것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대화 채널은 항상 열어둘 것”이라며 “북한과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파월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자,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파월 장관의 말은 한국과 유엔 등 북한에 대한 외교적 채널이 열려 있다는 의미”라며, 북한이 행동을 바꾸기 전에는 어떤 협상도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이처럼 모호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중요한 ‘전략적인 도박’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 선제 군사공격 계획은 없다

파월 장관은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군사행동이 필요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면서, 선제공격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ABC 방송에서도 전임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북핵위기 때 군사공격 방안을 고려했던 것과 달리 “우리는 그런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현 시점에서 누군가의 머리에 총을 겨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姜仁仙특파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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