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요. 북한 영화인들과 수차례 만나 남북 영화교류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교류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는 게 이번 방북의 소득입니다. ”

11일부터 18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19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귀국한 임권택 감독은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방문해 많은 북한 감독 및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북측이 남측 영화인 방문단에 대해 상당히 성의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임권택 감독을 비롯한 남측 방문단은 야외 촬영현장을 견학하고, 더빙이나 믹싱 같은 후반작업 시설도 둘러봤다. 임 감독은 북한 영화인들의 촬영 모습에 대해 “각종 기자재는 상당히 낙후됐지만 영화에 대한 열의는 대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북 기간에 만난 북한 영화인들 대부분이 내 영화 ‘축제’를 보았다고 말하는 데서 놀랐다”며 “북한에서는 효(효)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어서 장례 절차를 통해 효의 문제를 다룬 ‘축제’를 바람직한 영화로 여기는 듯 했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애초 북한을 방문하기 전 영화 촬영 장소로 북한 지역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옛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건물들이 획일화 되어 있어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글=이동진기자 /사진=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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