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본부에서 성명을 발표, 북한이 영변의 5㎿급 원자로의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제거한 데 이어, 8000여개의 폐(廢)연료봉 저장시설에 대한 봉인을 추가로 제거하고 감시장비의 작동도 중단시켰다고 비난했다.

폐연료봉 8000여개에서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239를 25㎏ 정도 추출할 수 있으며, 이는 핵폭탄 3~6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폐연료봉에 대한 봉인 제거는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폐연료봉 저장시설은 영변의 5㎿ 원자로 인근에 있으며, 폐연료봉은 저장시설 안에 있는 수조(水槽) 속에 보관돼 있다. IAEA는 북한의 핵 활동 동결을 규정한 1994년 미·북간 제네바 합의에 따라 폐연료봉이 든 금속통을 2중으로 밀봉한 뒤 감시 카메라를 작동해왔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ElBaradei) IAEA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폐연료봉에는 상당한 양의 플루토늄이 포함돼 있어 북한의 이번 조치는 핵무기 비확산과 관련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핵 비확산 관련 협정의 이행을 위한 안전문제를 긴급히 논의하기 위해 자신이 여러 차례 제시한 요구에 대해, 북한이 반응하지 않은 것은 ‘통탄스러운 일(deplorable)’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22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미국의 중유 공급 중단에 대한 대응조치로, 제네바 합의에 따라 IAEA가 설치해 놓았던 북한 핵시설의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제네바 합의에 따라 IAEA는 영변의 5㎿ 원자로(가동중단) 1995~96년 완공목표로 건설 중이던 영변의 50㎿ 원자로 역시 건설 중이던 평북 태천의 200㎿ 원자로 플루토늄 재처리가 가능한 영변 방사화학실험실(가동중단) 폐연료봉 8000여개 저장시설 등 5개 시설을 동결조치했었다.
/ 金然極기자 y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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