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핵시설에 설치한 감시카메라와 같은 종류의 카메라./뉴스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1일 북한이 영변에 있는 5㎿급 원자로의 봉인을 대부분 제거하고 감시 장비를 방해한 데 대해 강력한 우려 표명과 함께 원자로 재가동 시도를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미국과 IAEA는 아직 북한이 핵 원자로 재가동에 돌입한 것은 아닌 만큼 언제 어떤 방법의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할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미국 국무부의 루 핀터(Fintor)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행한 조치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사용한 우라늄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공장에 설치되거나 수조(水槽)에 보관된 8000개의 사용후 폐(廢)연료봉의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손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핀터 대변인은 “우리는 추가 정보를 더 얻은 연후에 북한이 추가로 위반조치를 했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IAEA는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할 경우 북한의 위반 사항을 유엔에 보고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ElBaradei) IAEA 사무총장은 이미 지난주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고, 존 볼튼(Bolton) 미국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도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과의 회견에서,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해 더욱 광범위한 국제 포위망을 형성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IAEA는 이 문제를 당장 다자간(多者間) 외교무대인 유엔 안보리로 가 본격적으로 국제화시키기에 앞서, 우선 북한과 쌍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당분간 좀더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시사주간지 ‘US뉴스 & 월드 리포트’와의 회견에서 “김정일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어김에 따라, 미국은 과거의 우리 두 적(중국, 러시아)과 우리의 두 친구(한국, 일본)들과 협력하여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개적으로 선언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순간을 맞았다”면서 외교적인 해결 추구를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내년에 북한과의 대화에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표명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미국이 형성하려는 대북(對北) 외교전선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는 한국과의 연대이다. 미국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와 북핵 문제를 깊숙이 협의하기 전까지는 미·북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 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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