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MW급 원자로의 봉인을 제거하고 감시카메라의 작동을 불가능하게 한 것과 관련, 우리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또다시 언급하고 있다. 미국 일본은 물론,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최근 관계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는 유럽연합(EU) 등을 동원해, 북한이 스스로 핵동결 해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당장 핵개발로 연결될 만한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핵동결 해제를 시간을 두고 외교부 대변인 담화를 통한 선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 실행 등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에서 핵개발에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미국과의 협상의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끝내 외교적 노력에 의한 ‘설득’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 집행이사국들의 동의를 얻어 경수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경제제재 등의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한다는 대안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입장을 2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과도 협의할 예정이다. 북한 핵문제에 관한 조율은 어차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앞으로 부시 미 행정부와 협의채널을 구축해야 하는 당선자측에 상세하게 보고하고 의견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낙연(李洛淵) 당선자측 대변인은 22일 “우리 정부가 미·일과 조율해서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맡기겠다”고만 말해 직접 개입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이다.
/ 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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