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미국의 중유 공급 중단과 미사일 수출선 서산호 나포라는 단계적 조치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압력에 그대로 당하지 않을 것이며 나름대로 카드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6일 '정론'을 통해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데 대해 사생결단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2일자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는 "핵동결 해제 결정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핵시설을 다시 동결하는 문제는 미국측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미국의 태도를 주시해 왔다"며 "미국은 이런 노력에 호응을 보이는 대신 '선핵포기 후대화' 주장을 고집하고 국제적인 압박공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대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핵개발에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미국을 압박해 대화로 이끌어내려는데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시설 재가동의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간 북한은 앞으로 봉인된 8천여개의 폐연료봉의 봉인을 제거하는 데까지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단계적 대응책을 취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나름대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단계적 시나리오를 준비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반응이 없으면 더 강한 조치로 옮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하는 데는 적어도 4-5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5MWe 흑연로의 경우, 장기간 운전정지로 인해 재가동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재가동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수리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따라서 북한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동결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가는 데는 아직 시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루 핀터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에 "5㎿e급 원자로를 포함해 동결된 핵시설을 재가동하지 말라"면서 "북한이 동결 핵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에 관해 협의하자는 IAEA의 요청에 응하고 손상시킨 봉인과 카메라를 재설치 또는 복구하도록 허락할 것"을 촉구했으나 북미간 협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아직 북한의 핵문제를 직접 대화로 풀어야할 문제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북미 양측이 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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