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사태를 비롯한 대북문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앞길에 놓인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이다.

지난 97년 대선직후 당시 김대중(金大中) 당선자가 `IMF(국제통화기금) 국난'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듯이 노 당선자에게는 북핵사태의 평화적 해결 및 한반도 안정유지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부여돼 있다.

특히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 및 일방적인 핵동결 해제조치 착수 예고는 내년 2월 신정부 출범에 앞서 노 당선자가 당장 지금부터 북핵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다룰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햇볕정책'으로 요약되는 현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나 북핵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대처방식이 급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노 당선자는 그동안 각종 기회를 통해 `끈질긴 대화와 설득'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기본 원칙으로 천명해 왔고, 남북간 교류.협력사업도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밝혀왔다.

노 당선자는 특히 북핵문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현금지원 중단 등 강도높은 대북 압박방안에 반대해왔다.

이는 북한의 핵계획은 반드시 폐기돼야 하지만 동시에 북핵사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현정부의 대북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노 당선자가 이끌 신정부는 또 현정부에 비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인식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풀어야 옳다"면서 "정부 역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토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북한의 선(先) 핵폐기 없는 협상은 없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는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 지는 예단할 수 없다.

특히 노 당선자는 "이제 한국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끌려다녀서는 안된다"면서 대북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개입을 강조, 대북정책 추진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새로운 정책조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노 당선자가 이끄는 새 정부에서는 대북정책 기조설정과 북미.북일관계 등을 놓고 한.미.일 3국간 긴밀한 협의와 공조가 오히려 더 큰 과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시각에서 노 당선자가 앞으로 신정부 출범 때까지, 또 그 이후 어떤 외교안보팀을 구성하고 한미관계를 조율해 나갈지 주목된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노 당선자는 대북교류지원 사업과 대북이슈를 동시에 풀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간의 인식차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미관계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대북정책에 있어서 나름대로 지렛대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당선자는 북핵문제 해결방안과 관련, 북한으로부터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받고 대신 경제협력 제공, 경제제재 철회, 체제보장 등을 주자는 일괄타결 방안을 제안해 놓고 있어 이의 실현여부도 주목된다.

북한이 노 당선자 체제 출범에 따라 북핵사태를 비롯해 대남, 대미 전략을 변화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이에 대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북한이 당장의 강한 대북압력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벼랑끝 전술'을 더 강화하거나 아예 선남후미(先南後美) 전략으로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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