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북한에 납치됐다 귀국해 있는 일본인 피랍자 5명은 19일 니가타(新潟)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북한에 있는 가족에 피해가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공식석상에서는 한 번도 떼지 않았던 김일성 배지를 떼고 기자회견에 나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무라 호시(地村保志)씨 등 납치 피해자 5명은 이날 회견에서 “일본에 온 후 북한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었다”며 “일본에 영주귀국해, 북한에 남은 가족을 하루빨리 데려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5명은 관심을 모은 김일성 배지에 대해 “우리들의 의사로 뗀 것”이라고 말해 북한과의 ‘결별’ 의사를 확실히 했다. 피랍자 중 가장 마지막까지 북한으로 돌아갈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하스이케 가오루(蓮池薰)씨는 “일단 일본에 남기로 결정한 이상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는 것은 그쪽(북한)에 대해서도 실례”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북한 내 가족들의 귀국을 위해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요망서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보냈다”며 “정부를 믿고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들 피랍자들은 일시 고향을 방문한 후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전제하에 일본으로 돌아왔으나, 일본측은 이들을 집요하게 설득, ‘잔류희망’ 발언을 끌어냈다. 일본은 반대로 이들 피랍자들의 가족마저 일본으로 불러들일 것을 북한에 요청, 결국 수교협상 자체가 교착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東京=崔洽특파원 po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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