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펄 미국 국방정책위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당면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朱庸中 특파원

미국 부시 행정부 보수 노선의 막후 입안자로 평가받고 있는 리처드 펄(Perle) 국방정책위원장은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이라크 문제, 미국의 선제공격론 등 미국 외교·국방정책의 현안에 대해 미국 강경파의 속마음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특히 “후세인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지 않는 한 조만간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명백한 해결책은 없다. 김정일(金正日)은 그의 아버지처럼 기괴하게(bizarre) 행동한다. 북한에 대한 어떤 접근 방식도 한국·일본·중국·미국 간의 합의된 행동, 일치된 전략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광범위한 합의를 얻지 못한다면 북한이 핵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파멸적인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그같은 상황이 가져올 위험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 실질적이어서 거의 확실히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이나 전례없는 ‘포괄적 격리(quarantine of unprecedented comprehensiveness)’로 귀결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데….

“그것이 ‘무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지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다뤄야 하고 모든 일을 한번에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교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것이 우리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닌 다른 것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실수가 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군사적인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인가.

“부시 행정부는 모든 방안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야기된 위험이 너무 실질적이기 때문이다. 선택 방안들을 배제하는 것은 그렇게 하는 순간 적들이 그 상황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실수가 된다.

북한은 미국이 더이상 공갈에 먹혀들지 않자 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공갈에 항복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교체를 추진하려 하는가?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 주민의 관점에서는 정권 교체가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아마도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당면문제가 북한의 심각한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다. 현단계에서 그같은 목적이 정권교체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을지, 아니면 정권 교체를 하지 않고 핵위협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있는지 확실치는 않다.”

―북한과 이라크의 차이는 무엇인가?

“북한은 이라크와 달리 매우 큰 (핵 개발) 시설을 갖고 있어 노출 정도가 많다는 점에서 우리가 이라크에 대해서는 갖지 못하는 선택 방안들을 궁극적으로 갖고 있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은 매우 신속하게 패퇴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상당부분을 포함하여 군사분계선(DMZ)에서 가까운 지역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세계 어느 구석에서도 옹호해주는 사람들이 없다. 북한은 모든 기준을 따져볼 때 전부 최저 국제수준에 밑돈다.”

―미국이 지난주 예멘으로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가던 북한 화물선을 나포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인가?

“그렇게 하기를 희망한다. 부시 행정부가 배를 다시 풀어준 데 대해 놀랐다.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결론으로부터 어떤 위안을 삼으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번에 또 (나포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법률가들에게는 똑같은 사건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중요하고도 다른 측면을 갖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의 편제와 역할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능력에 상당한 현대화가 진행될 것이다. 예를 들면 ‘대(對)포병(counter-artillery)’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포가 발사된 것을 추적해서 거꾸로 그 발사지점에 결정적 반격을 가하는 것이다.

우리가 DMZ 부근에 그같은 종류의 대포병 능력을 충분히 갖춘다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북한의 대규모 포대 공격은 무력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남한 정부가 이같은 시스템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그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일방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많은데….

“모든 ‘꼬리표’에 오해가 있듯이, 오해가 있다. 우리가 다른 국가들을 우리와 함께 하도록 설득할 수 없는 때가 있으며, 그런 때는 홀로 행동할 것이다. 죽기보다는 일방주의자가 되는 것이 나은 것 아닌가.”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론에 대한 입장은?

“미국은 유엔 헌장 51조의 자위권 발동 조항을 포함한 국제법 아래서 가능한 모든 권한을 활용할 것이다.”

―이라크 사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유엔에 의해 미국의 손발이 묶이는 사태를 우려했는데 현재의 정황은 내가 우려하는 대로 그렇게 전개되어 가는 것 같다. 모든 종류의 대량살상무기가 (파괴) 제거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증명할 의무는 유엔이 아니라 후세인에게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할 것인가?

“후세인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놀랍게도 WMD를 포기하지 않는 한 조만간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것이다. 후세인은 12월 7일의 그의 선언과 함께 포기의사를 전달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 기회를 활용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반미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초강국은 단지 강국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종종 어느 정도의 오명은 뒤집어 쓰게 돼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잠재적 적대국인가?

“아직 뭐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미국과 중국간의 냉전의 도래를 막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미국과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50년 간의 미·소 냉전은 소련이 마셜 플랜 가입을 거절한 데서 비롯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화 경향에 대한 입장은?

“일본에서의 우세한 여론은 반(反)군국주의인 것으로 안다.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미사일에 엄청난 투자를 해온 북한으로서는 공염불이 된다. 미국을 보호하는 체계 이외에 사실은 다른 동맹국도 역시 보호하는 체계도 개발 중이다. 미사일 방어망은 오로지 미사일 공격을 획책하는 국가에 대해서만 위협이 된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리처드 펄 누구인가
리처드 펄(Perle)은 이념이 직위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인이다.

그가 이끄는 국방정책위원회에는 헨리 키신저(Kissinger) 전 국무장관, 댄 퀘일(Quayle) 전 부통령, 제임스 슐레진저(Schlesinger) 전 국방장관, 뉴트 깅리치(Gingrich) 전 하원의장, 제임스 울시(Woolsey) 전 CIA국장 등 쟁쟁한 인물 18명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위원장인 그의 관운(官運)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국방부 차관보를 지내는 데 그쳤다.

그는 지금의 부시 행정부 초기에 국방부 서열 3위인 정책차관직을 제의받았으나 고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월 미국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막후 실세로 브렌트 스코크로프트(Scowcroft)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그를 지목했다. 스코크로프트는 비둘기파의 수장, 펄은 강경파의 보스로 평가했다.

시사주간지 US 뉴스 & 월드리포트는 11월 25일자에 실린 ‘초강경파가 날개를 펼친다’는 기사에서 “프랑스에 휴가를 간 동안에도 그의 휴대폰은 워싱턴을 움직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라크 공격론와 미사일 방어망 구축, 미군 현대화와 재편론을 이끌고 있다. 정적들은 그를 오래 전부터 ‘암흑의 왕자’라고 부르고 있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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