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개발 중단을 약속한 94년 제네바 합의 뒤인 98년 이후에도 고성능 폭발실험(일명 고폭 실험)을 해왔다는 사실< 본지 18일자 A1면 보도 >은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폭 실험문제는 지난 10월 제기된 고농축 우라늄에 의한 핵개발 의혹과 함께 북한 핵문제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유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폭 실험 사실은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압박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98년 이후 70여 차례의 고폭 실험을 한 것으로 미 국방정보국(DIA)이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에게 브리핑했다는 보도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의 공식 반응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NCND)’이다. 민감한 사안의 기사에 대해 공식 확인해주기 어려울 때 취해온 방식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귀순자와 첩보위성 추적 등을 통해 98년 이후의 고폭 실험 흔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폭 실험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 폭탄을 만들 때 필수적인 것이다. 플루토늄탄은 핵폭발을 일으키는 ‘임계질량(臨界質量)’치 이하의 플루토늄 주위에 PBX 등 고성능 폭약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한 뒤 기폭(起爆)장치를 통해 이 폭약을 터뜨려 핵분열 반응(핵폭발)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한다. 때문에 플루토늄탄은 내폭(內爆)형으로 불린다. < 그림 참조 >

이때 폭약 폭발 타이밍의 오차가 100만분의 1초 이내일 정도로 정확하고 핵 물질 이동속도가 초속 1000m 이상이 돼야 핵폭발이 생기며, 이런 조건을 만들어주는 장치를 고폭(高爆) 장치라 한다. 이 고폭 장치의 작동상태와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이 고폭 실험이다.

미국이 사상 최초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을 추진할 때는 2500여 차례의 고폭 실험을 실시했으나 지금은 수십~수백번의 실험으로도 핵 폭탄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보 당국은 90년대 초까지 북한이 실시한 70여 차례의 고폭 실험은 고폭 장약 자체의 성능실험을 위한 것이고, 98년 이후의 것은 완전한 고폭 장치 제작을 위한 완료단계의 실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무기 전문가 C씨는 “전반적인 정보를 종합해보면 북한은 이미 고폭 장치 개발을 완료, 상당한 수준의 핵 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도 전반적으로 완료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李敎觀기자 haedang@chosun.com
/庾龍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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