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핵 동결 해제 및 핵 시설 재가동 선언(12.12)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핵 개발 감시 카메라 제거 요청(10.12/14)과 병행해 미국에 대한 강경한 대응 의지를 보이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이 12일 담화를 통해 '핵 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이어 다음날인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논평>을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미국과의 타협을 강조하며 대립을 피하려는 분위기였다.

북한은 담화나 논평 말미에 "핵 동결 재개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타협의 여지를 남겼었다.

15일 평양방송이 올해 북-미 관계를 결산하면서 "참을성과 인내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힐 때도 대결보다는 미국에 대해 불가침조약 체결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16일 조선중앙방송이 <정론>을 통해 '사생 결단'을 언급하고 외무성 대변인이 정치적 조건이 붙은 국제사회의 인도지원을 거부한다고 밝힌 것은 지금까지 나온 발언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던져 주고 있다.

이는 IAEA가 북한이 임의로 핵 감시카메라 등을 제거할 경우 유엔 안보리로 회부하겠다고 밝힌 직후의 일이어서 북한이 외압에 대항하기 위해 내부 결속에 들어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선중앙방송은 <정론>에서 "전쟁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수령 옹위의 사생결단으로 맞서자"면서 군인들의 정신무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 문제까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압력이 높아지는데 따른 긴장감의 표시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이처럼 군-민(軍-民) 모두를 상대로 정세의 긴장감을 알리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1993년 소위 '1차 핵 위기' 당시를 연상케 한다.

당시 북한은 IAEA의 특별사찰 결의(2.25)에 맞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3.8) 김정일 총비서를 국방위원장에 추대(4.9)하면서 군 통수권을 김 위원장의 손에 쥐어주었다.

전문가들은 1993년 당시와 달리 2002년 현재 미국은 반테러전쟁을 앞세워 '새로운 세기, 새로운 위협'을 제거하는 고강도 군사전략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강경 대응을 일축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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