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ElBaradei) 사무총장은 북한이 IAEA에 핵시설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를 요구한 것과 관련, “만약 북한이 자체적으로 봉인이나 감시 카메라를 제거한다면 이는 핵확산 금지 의무의 심각한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그렇게 될 경우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이 문제를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14일 미국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날 북한에 대해, 핵개발을 재개하기 이전에 정치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빈= 로이터뉴시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CNN의 크리스티안 아만포(Amanpour) 기자와의 회견에서 “현 상황은 긴장된 상태”라면서 “가장 심각한 우려는, ‘IAEA가 스스로 핵시설 봉인이나 감시 카메라 제거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직접 할 것’이라는 위협”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북한측에 입장을 재고해 주도록 요청했으며 우리는 그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는 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라크·이란·북한 3국 중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다면서, “북한은 이미 핵무기 제조를 위한 능력을 갖추었으며, 이란은 북한보다 뒤처져 있고, 이라크는 이란보다도 뒤처졌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13일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IAEA와 대화를 모색한다면, 한국과 일본·미국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또 “북한이 (아직) 북한내의 IAEA 사찰단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더라도 IAEA의 감시 시스템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피 아난(Annan)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IAEA 사찰관들을 추방하려는 징후가 있으나,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북한이 발표한 대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교적 압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전 해외공관에 공문을 보내, 주재국 정부에 대해 북핵(北核)문제에 관해 얘기하도록 했다고 리처드 바우처(Boucher)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3일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은 모든 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한반도를 핵지대화하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으면 외교관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콜린 파월(Powell) 국무장관은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탕자쉬안(唐家旋) 중국 외교부장,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를 비롯한 수많은 각국 지도자와 북핵 문제를 논의했으며, IAEA와도 활발한 접촉을 하고 있다고 바우처 대변인은 말했다.
/ 李庸舜기자 ysrhee@chosun.com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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