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호주·필리핀·싱가포르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선언을 비판하고, 북한측에 이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EU는 13일(현지시각) 북한이 1990년대 무기급 플루토늄을 개발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핵시설을 재가동한다면 북한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윤번 의장국인 덴마크 페르 슈티히 묄러 외무장관은 EU정상회담이 열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EU 15개 회원국은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파장이 어떤 것인지 인식해야 한다”면서 “북한과 EU 관계의 미래는 북한이 기존 약속을 준수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묄러 장관은 EU가 한국·미국·일본 등과 향후 조치에 대해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 문제가 신속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EU는 그동안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경수로사업에 7500만달러를 지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필리핀의 블라스 오플레 외무장관은 14일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한 북한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그 같은 결정을 진지하게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오플레 장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국인 필리핀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설득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고, IAEA의 감시를 어렵게 할 수도 있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13일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동아시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성명은 또 북한의 조치는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것이며, 이는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북한은 핵시설 재가동 결정에 대해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의 알렉산더 다우너(Downer) 외무장관은 15일 호주 주재 북한대사를 소환해 핵시설 재가동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 인터넷판이 이날 보도했다.

다우너 장관은 “북한이 ‘핵처리 공장을 재가동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할 수도 있다’고 한 외무성 성명에 대해 완전하고 솔직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일본 등도 북한의 핵 재가동 선언에 우려를 표시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 池海範기자 hbj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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