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02년 올해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했으나 미국은 오히려 대북 고립압살전략의 강도를 더 높였으며 이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양방송은 15일 「미제의 횡포무도한 대조선 적대시 압살정책은 파탄을 면할 수 없다」는 제목의 보도물에서 미국의 올 대북 강경책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면서 이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평양방송의 이날 보도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영변 핵원자로 감시카메라 제거를 요청하는 등 핵 동결 해제 조치(12.12)에 들어간 상황에서 북-미간 대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모종의 '강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음은 평양방송 보도물을 요약한 것이다.

▲`악의에 찬 망발' = 미국은 올해를 '전쟁의 해'(Year of War)로 선포한 뒤 연초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 다음의 공격 목표는 북조선(북한)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을 조성했으며 터무니없는 험담과 악의에 찬 망발, 전쟁 폭언을 퍼부었다.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1.29)에서 '악의 축'(Axis of Evil)을 언급하고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라이스는 우리를 세계 최대의 탄도미사일 수출국이라고 하면서 그 무슨 테러행동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우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저지시키기 위해 군사력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고 국무장관 파월은 우리에 대한 선제 군사행동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언했다.

2월 중순 부시는 남조선을 방문해 오산 미 공군기지에 나타나서 또다시 '위험한 정권' 운운했고 심지어 우리의 제도까지 걸고들면서 감히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부었고 4월에는 버지니아 군사대학 학생들 앞에서 '악의 축'을 다시 언급했다.

▲모략 선전 =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른 미국은 공화국을 다음 전쟁 목표로 삼기 위해 터무니없는 모략들을 계속 조작하여 유포시켰다. 연초부터 우리가 이미 1개 내지 2개의 핵폭탄을 제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우리가 핵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시험을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대포동 2호'를 실례로 들었다. 심지어 우리가 이라크와 핵 및 미사일 기술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꾸며댔다.

미국은 또 국제무대에까지 우리의 핵문제를 들고 다니며 소동을 피웠고 5월에는 인권문제와 종교문제를 시비하며 하원 인권위원회가 청문회라는 것을 개최했고 우리나라를 세계 최악의 '종교자유침해국'으로 지명했다.

▲선제공격 기도 = 미국은 올해에 남조선에서 무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하고 모험적인 불장난을 끊임없이 벌여놓으면서 조선반도의 평화를 엄중히 위협하고 긴장상태를 극도로 격화시켰다.

미국은 올해초에 남조선에 미사일 특수부대라는 것을 창설했고 남조선에 미사일방위체계 수립을 위한 전담기구를 창설한데 이어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많은 양의 첨단미사일을 넘겨주기로 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목표로 하는 컴퓨터 모의훈련을 벌이면서 선제공격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인 것은 매우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이었다.

더욱 엄중한 것은 미국이 올해에 우리나라를 '핵공격 대상'으로 선포하고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선제타격을 정책화한 것으로 미제의 대조선 핵선제 공격 계획이 추진됨으로서 조선반도에서는 핵전쟁 위험이 급격히 커졌다.

▲고립 압력 공세 =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우리 공화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압살하기 위해 조-미 기본합의문을 깨버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특사 켈리의 평양방문과 그 이후의 사태는 그것을 보여준다.

이전부터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우리가 조-미 기본합의문을 지키고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조-미 기본합의문을 파탄시키기 위한 여론전을 펴온 미국은 켈리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그것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길에 들어섰다.

미국이 대통령 특사를 파견한 것은 좋게 흐르던 조선반도 정세에 빗장을 지르고 조-미 핵대결을 몰아오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우리의 '핵 계획설'을 국제적으로 여론화하면서 주변 대국들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을 끌어들여 우리에 대한 국제적 고립과 압력공세를 꾀했다.

▲한반도 평화 방해 = 조선반도에서는 우리의 평화애호적인 노력에 의해서 올해에 중대한 정세변화가 일어났다. 북과 남 사이에 교류와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반세기 이상이나 두절됐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착공식이 벌어지고 추진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에 찾아오고 역사적인 조-일 평양선언이 채택되었다. 국제사회는 조선 반도를 둘러싼 정세발전을 지지환영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과 남이 화해하고 협력하여 통일에로 나가며 조-일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 조선반도를 주공전선으로 하여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지배권을 확립하며 세계에 대한 패권적 지배를 실현하기 위해 조-일, 북남관계 개선을 차단하고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격화시키려고 획책한 것이다.

▲대응책 = 우리가 미국 대통령 특사에게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압살정책이 전례없이 강화되는데 대응하여 핵무기 보다 더한 무기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 한 것은 천백번 정당한 것이었다.

또 우리가 날로 노골화되는 미국의 핵위협 공세에 대처하여 조-미 사이에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을 한은 것은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도로 된다.

그러나 미국은 조-미 기본합의문에 따라 유일하게 이행되어 오던 중유공급의 중단을 결정(11.14)했으며 북과 남 사이에 순조롭게 진행되어 오던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에 훼방을 놓는 비열한 책동까지 벌였다.

우리의 참을성과 인내성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대조선 적대시 압살 정책의 강행으로 초래될 엄중한 후과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보고 그것을 시정하고 우리의 불가침조약 체결 제안에 응해야 할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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