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전제정권과 개인숭배로 권력을 휘두르는 은둔 지도자, 비밀스런 대량파괴무기 생산 획책, 큰 소리치는 수사(修辭) , 국제무기감시단 혐오.

세계의 초점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 여부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전격 핵 시설 전면 재가동을 선언, 미국을 비정상적인 딜레마에 몰아넣고 있다고 14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신문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지난 10월 핵무기용 우라늄 농축을 위한 비밀프로젝트가 있었다는 고백에 이어 이틀전 북한 외무성의 '핵 시설 전면 재가동 결정' 발언은 민감한 시기에 이라크 위기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라크와 북한은 문화, 이데올로기상으로 다른 세계로 북한의 가장 혹독한 험담꾼들까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또 다른 사담 후세인으로 여기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LA 타임스는 한국과 일본 등 인접국들은 이라크와 달리 북한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북한정권이 무너졌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대혼란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또 부시 행정부가 대북 군사행동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거듭 밝히고있지만 북한 정권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징후를 보일 때까지 협상하지않겠다는 입장은 한일 두 나라의 견해와 상반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북한은 인구 2천400만명으로 이라크와 같은 규모지만 병력은 이라크의 3배에 달하며 이른바 조선 인민군은 전 세계 제 5위의 군사력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화학ㆍ생물학 무기프로그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라크와 달리 1990년대 무기사찰단에 발견, 파괴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작 북한 핵 프로그램만 사찰대상에 포함됐지만 북한이 전날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낸 서한에서 1994년 제네바 핵 합의에 따라 동결됐던 핵 시설을 재가동키로 결정했음을 통보하면서 감시카메라 및 핵 시설 봉인 제거를 요구해 (그나마) 파국을 맞게 됐다고 우려했다.

LA 타임스는 이밖에 미국의 가장 가까운 아시아내 우방인 한국과 일본은 공개적으로 부시 행정부를 비판해왔다고 전하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무조건적인 북미대화를 촉구하는 등 한일 두 나라는 북한과의 대화 개시가 늦어지는 것 보다는 오히려 빠른 시일내 이뤄지는 쪽을 선호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문은 북한문제와 관련, 인접국의 시각차가 미국과 큰 차이가 있지만 미 행정부내 대이라크정책 비판론자들은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여 미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지적했다./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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