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동결조치의 해제를 선언하는 등 핵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미국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며, 미국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과거 북한과 대화를 추진했던 클린턴 행정부시절에는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남북한간 정상회담이 열렸고 북한도 개방정책을 추구해왔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반면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중유공급을 중단하는 등 강경노선을 표방하자 북한은 이에 맞서기 위해 핵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BBC는 북한의 핵카드 제기가 이라크 사태에 몰두해 있는 미국을 뒤에서 공격해 당황스럽게 만든 뒤 "들어라. 우리가 아직 여기에 있다. 우리는 아직 (당신들을)위협할 수 있다. 당신들은 우리를 진지하게 대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부시 행정부는 일단 북한의 이같은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해결방안을 시도할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BBC는 진단했다.

BBC는 무력사용이 불가능한 이유로 북한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14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휴전선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3만7천여명의 미군병력이 휴전선과 매우 근접한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BBC는 따라서 만일 미국이 1994년의 경우와 유사하게 현재의 상황을 전쟁으로 몰고 간다면 이는 곧 한국과 미군, 일본에까지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 상황이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돼야만 한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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