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노정익(盧政翼) 사장은 13일 “앞으로 대북사업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해운업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일절 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계열사인 현대아산에 출자(총지분의 40%·액면가 기준 1800억원)하는 등 대북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이 과정에서 대북사업 관여에 반대하는 현대상선 경영진과 정 회장 측근 간에 갈등을 빚었으며, 김충식(金忠植) 전 사장도 그같은 이유로 지난해 갑작스럽게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은 “지난 7월 금강산 유람선 ‘설봉호’ 운항권을 현대아산에 넘긴 이후 더 이상 금강산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현대아산 출자 지분도 매입희망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독립경영 선언은 작년부터 채권단이 요구해 왔던 사항을 공식화시킨 것”이라며 “정몽헌 회장도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정 회장과) 별도로 협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현대상선의 재무구조와 관련, “자동차 운송부문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났으며 2000억원의 운영자금 만기 연장 문제도 오는 18일까지 채권단과 매듭지을 계획”이라며 “채무 조정이 끝나면 산업은행의 4000억원 대출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000년 5월 국책 은행인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의 편법 대출을 받았으며 이 자금이 비밀리에 북한에 지원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 지분 15.16% 보유)의 최대주주는 정몽헌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씨이다.
/ 金起勳기자 k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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