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커드 미사일 15기 등을 싣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을 예인했던 미국측은 뒤늦게 미사일 구입 사실을 시인하고 반환을 요구한 예멘의 요구를 11일 전격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갈등으로 치닫던 예멘과의 관계를 가까스로 미봉했다.

선적(船籍) 국기를 달지 않은 정체불명의 선박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든 정선(停船)·임검(臨檢)할 권리가 있으나, 미 해군이 과연이 배를 미군 기지가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섬으로 예인해 갈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Fleischer)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권리가 없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북한과 예멘의 미사일 거래는 1994년 남예멘과 북예멘의 내전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남예멘은 북예멘을 통일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전술 미사일 구입 협정을 체결했었다. 최근 들어선 올해 초에 이어 지난 8월 또 다시 북한 미사일 구입을 시도하다가 미국이 경고하자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예멘은 작년의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협력해 왔으며, 이라크 공격 계획에도 협조적 태도를 취해왔다. 이 탓에, 미국과 스페인은 애초 이 선박이 예멘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굳혔으면서 일부러 예멘 항구가 아닌 공해상에서 일찌감치 나포해 당시까지 이 미사일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예멘측의 ‘체면’을 살려주고자 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 尹熙榮기자 hy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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