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일 북한의 미사일 수출 선박 ‘서산호’를 나포한 것은 지금까지의 ‘외교전’을 벗어나 실력행사를 통한 북한 압박에 돌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북한에 ‘채찍’을 들면서, 동시에 실질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확산을 차단하는 두 가지 목적을 노리고 있다. 북한에서 멀리 떨어진 공해상에서 나포한 것은 미·북 간 군사적 긴장을 최소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경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부시 행정부의 판단이다. 미사일 수출로 연간 1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북한의 ‘돈줄’을 끊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리처드 아미티지(Arimitage) 부장관은 10일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은 분명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미국이 예견했던 일”이라며, 미국의 거듭된 경고를 북한이 무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는 선박 나포에 이은 추가적 조치를 취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이다. 중국을 방문 중인 아미티지 부장관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 전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북한과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선박 나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설 경우, 미·북 관계는 급격히 경색되고,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예멘이 스커드 미사일 구매자임을 밝히고 나섬에 따라, ‘서산호’의 북한 승무원 21명과 스커드 미사일, 시멘트, 선박의 향후 처리 문제는 북한, 미국, 예멘, 스페인 등 4자간 국제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가적인 대북 제재조치와 함께 북한 고립화를 목표로 한 국제연대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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