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평양거리에서 아기를 업은 아줌마들이 옷깃을 여미며 바삐 걸어가고 있다.

북한에서 물가와 임금을 대폭 인상한 ‘7·1경제관리 개선 조치’이후 한동안 암시장에서 350원 수준을 유지하던 달러 가격이 11월 들어 갑자기 폭등해 북한경제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7·1조치 이전 북한에서 달러화는 공식적으로는 2.16원, 암시장에서는 대개 그 100배 이상인 210~280원선에서 거래됐다. 7·1조치와 함께 북한 당국은 달러화의 공식 환율을 151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은행이나 외화 상점, 호텔 등에서 공식 환전할 때의 가격이고, 장마당이나 암시장 등에서는 그 두 배 이상인 350원선까지 올라 10월 하순까지 줄곧 이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11월 들어서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11월 3일 국경 도시인 신의주 암시장에서 달러가 갑자기 530원까지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양강도 혜산, 함북 청진ㆍ무산 등 국경 도시와 평양 등 대도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불과 열흘 만에 달러화가 이렇게 급등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두툼한 겨울옷을 입은 평양의 여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평양=이기원기자 kiwiyi@chosun.com

530원까지 오른 달러화는 이틀 뒤인 11월 5일 480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다소 안정세를 보이긴 했으나, 다른 지역의 달러화 시세에 영향을 미쳐 같은 시기 평양에서도 1달러가 470원에 거래됐다고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 무역 관계자가 밝혔다.

이 즈음 함북 무산ㆍ청진 지방은 신의주와 대략 40원 정도의 차이를 보여 1달러가 440원에 거래됐다고 중국 쪽과 밀수를 하고 있는 한 북한 주민이 전했다. 그는 아직까지 쌀값은 7·1조치 이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산품 가격은 최근 20% 정도의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달러가 갑자기 폭등한 것은 7·1조치 이후 시중에 갑자기 돈(북한 원화)이 많이 풀린 반면 외부 지원은 급격히 감소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여기에 북핵문제와 관련한 주변 정세 변화가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팀의 박형호 과장은 환율 불안에 대해 “중국처럼 단계적인 물가ㆍ임금 인상을 시행하지 못한 데 큰 원인이 있으며, 화폐 공급이 증대됐지만 물품 공급 여력은 회의적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변동폭이 예상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급격한 환율 변화는 장사꾼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도 혼란을 주고 있다. 경제난 이후 북한 원화의 효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반 주민들도 대부분 달러를 소지하게 됐고, 그만큼 달러 시세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최근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언제 달러화 환율이 안정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중국을 방문 중인 한 북한 관리는 평양과 신의주에서 활동하는 장사꾼들은 올 연말 달러가치가 700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외부 지원이 줄어들어 환율 불안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姜哲煥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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