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방송은 17일 “미국의 핵위협에 대처해 핵무기를 포함한 강력한 군사적 대응수단을 갖게 됐다”며,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듯이 주장했다. 이런 표현은 지난달 25일 “핵무기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돼 있다”는 ‘당위형’ 표현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즉 외무성 대변인의 말은 ‘현재 가지고 있다’와 ‘앞으로 가질 수 있다’는 두 가지 의미 모두를 포함하고 있으나, 평양방송의 보도는 현재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하루 뒤인 18일 중앙방송을 통해 17일 평양방송과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핵무기를 갖게 됐다”는 표현을 “핵무기를 가지게 돼 있다”고 외무성 대변인의 말과 똑같은 표현으로 바꾸었다. 또 17일 평양방송에서도, “미국의 핵위협 책동 강화가 우리를 그러한 길로 떠밀고 있다”는 표현, 즉 ‘미국이 핵무기를 가질 수 밖에 없도록 한다’고 해석되는 부분도 있어,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100% 시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처럼 의미가 조금씩 다른 표현을 혼용하고 있을까.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 늘 시인도 부인도 않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면서 “이는 미국 등 협상 상대를 혼선에 빠뜨리게 하려는 것으로, 평양방송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시인하려 했다면, 외무성이나 원자력총국 등 해당 기관의 공식 성명 등으로 내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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