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와 국방부는 16일 미국 부시 대통령이 성명을 내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으며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원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는 북-미 관계에 대한 매우 중대한 진전이라며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외교부는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면 미국도 긍정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애써 톤-다운 시키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12월이후 대북중유지원 중단이 부정적인 메시지라면 부시대통령의 성명은 매우 우호적인 제스처"라며 "북한은 이 기회를 활용,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대화의 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할 경우 `미국은 북한주민의 생활을 상당히 향상시키는 중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이 화답하고 나올 경우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북-일 관계도 급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 당국자도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가 대화분위기를 마련하고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북측이 성의있는 태도로 (조만간) 가시적인 결단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북측이 현 사태를 잘 파악하고 긍정적인 조치를 내리면 현재 진행중인 지뢰제거 작업을 포함해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 나아가 경제협력 등 모든 남북 현안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현재 지뢰제거 검증 문제로 유엔사와 북한이 갈등을 빚는 것과 관련, "조용한 가운데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부시대통령이 성명에서 북한에 대한 침공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은 지난 2월 방한때 했던 발언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북한의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에 대한 답변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또 "이번 부시대통령의 성명은 미 정부의 입장 변화로 보면 안된다"고 잘라 말하고 "KEDO이사회 결정에 북한이 무모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엄격하게 해석했다.

이와관련, 학계 관계자는 "외교부가 KEDO 집행이사회 개최전에 미국 파월 국무부 장관이 발표한 `12월이후 대북중유 지원 중단'은 문제삼지 않고 정세현 통일부 장관의 `내년 1월까지 지원돼야'하는 발언은 대변인 성명까지 내면서 오만하게 비난하고 나서더니 이번에는 부시 대통령의 과감한 대북 화해 메시지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오히려 외교부가 국제사회의 분위기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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